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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는 안 돼” 냉소 딛고, 미국서 ‘대박’ 터뜨린 이 작품 - 한겨레
한겨레 | 입력 2025-04-16 17:05 | 수정 2025-04-16 17:50
국내 자본·기술력으로 만든 ‘킹 오브 킹스’미국 흥행 2위 돌풍…이번 주말 50개국 개봉‘기획~개봉 10년’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 인터뷰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모팩스튜디오 제공
‘기생충’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실사영화와 달리 갈 길이 멀게만 느껴졌던 한국 애니메이션이 세계 시장을 강타했다. 시각특수효과(VFX) 전문업체로 알려진 모팩스튜디오가 국내 자본과 기술력으로 완성한 ‘킹 오브 킹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북미 시장에서 개봉해 흥행 2위에 올랐다. 3200개관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나흘 만에 21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개봉 2주차에는 3500개관으로 늘어난다. 기획에서 개봉까지 10년,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는 “애니메이션이 잘되겠냐”는 주변의 냉소와 싸우며 각본과 연출, 제작까지 맡아 오늘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번 주말 50개국 개봉 프로모션으로 24시간이 부족한 장 대표를 15일 전화로 만났다.
“시각특수효과로 영화에 참여하는 것도 즐겁고 보람찼지만, 정말 열악한 작업이에요. 열정을 담보로 노동력 착취가 많은 분야죠. 우리 역량을 잘 활용하려면 아이피(IP·지식재산)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직접 제작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동국대에서 영화 연출로 석·박사를 마친 장 대표는 3년에 걸쳐 ‘킹 오브 킹스’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1990년대 초 영화계에 들어와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 참여하고 예고편 수백편을 만든 이력도 실전 훈련이 됐다. 영화 ‘암살’, ‘1987’, 박찬욱 감독 신작 ‘어쩔수가없다’ 등에 참여한 김우형 촬영감독이 촬영과 공동 제작을 맡았다.

북미 영화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의 각본·연출·제작을 맡은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 모팩스튜디오 제공
‘킹 오브 킹스’는 찰스 디킨스가 쓴 ‘우리 주님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은 예수 이야기다. 장 대표가 기독교 신자이기도 하지만, 시장 조사를 통해 선택했다. “쇼비즈니스는 실패가 허락되지 않는 시장이에요. 기독교 콘텐츠 시장은 부가판권의 생명력이 길어서 시간이 걸려도 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방향성을 잡게 됐죠.” 하지만 예수의 생애 이야기는 친근함과 식상함이라는 양날의 검을 지닌다. 장 대표는 왕 이야기를 좋아하는 주인공 꼬마 월터와 아빠 디킨스의 모험이라는 얼개를 통해 판타지 어드벤처의 활기를 불어넣었다. 개봉 첫날 관객을 대상으로 조사해 흥행과 직결되는 미국 시장조사업체 시네마스코어 설문조사에서 ‘에이플러스’(A+)를 받았다.
장 대표는 기획 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다. 한국은 애니메이션 시장이 작아 제작비 모으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아무리 역량이 있어도 열악한 조건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큰 시장을 목표로 해야 했어요. 제작비와 수익성의 상관관계를 시뮬레이션하면서 제작비 2천만달러 이하면 승산 있겠다고 판단했죠.” 그렇게 순제작비 270억원으로 설계했지만 코로나 등으로 제작비가 일부 늘어나면서 최종 360억원의 총제작비가 들어갔다. 이 적잖은 비용이 100% 국내 자본으로만 이뤄졌다는 것도 놀라운 점이다. 장 대표는 “할리우드 관계자들에게 미국 시장에서 잘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미국 자본을 받는 순간 편집권이나 크리에이티브도 통제받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국외 시장 성공 경험이 없어 투자자 모으기가 정말 힘들었지만, 연출·편집권·판권까지 쥐고 가기 위해서는 국내 자본으로만 가야 한다는 생각은 바뀐 적 없다”고 했다.

‘킹 오브 킹스’를 제작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버추얼 프로덕션 플랫폼. 모팩스튜디오 제공
기독교와 가족 영화 중심 배급사로 2023년 ‘사운드 오브 프리덤’을 크게 성공시켰던 에인절스튜디오가 북미 배급을 맡았다. 조합 멤버들이 투표로 작품을 선택하는 독특한 구조의 이 회사에서 ‘킹 오브 킹스’는 역대 최고점을 받았다고 한다.
케네스 브래나, 우마 서먼, 벤 킹즐리, 피어스 브로스넌, 포리스트 휘터커 등 쟁쟁한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 참여도 눈길을 끈다. “메인스트림에 들어가려면 최소 에이(A)급 연기자 2명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보이스 캐스팅에 공을 들여” 디즈니에서 보이스 캐스팅 디렉터로 16년 동안 일했던 제이미 토머슨과 손잡았다. 토머슨의 노력도 빛을 봤지만, 아카데미 각본상 수상자인 케네스 브래나가 시나리오를 높이 평가하면서 유명 배우들의 참여가 잇따랐다. 7월 말로 예정된 한국 개봉에서도 국내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확정됐다는 게 장 대표의 귀띔이다.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모팩스튜디오 제공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모팩스튜디오 제공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모팩스튜디오 제공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 모팩스튜디오 제공
김은형 (dmsgud@hani.co.kr)
[기사 원문]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9273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