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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진의 리뷰] 초능력 액션+코미디 '하이파이브'…현실에 발붙인 이웃집 히어로들 - SR타임스
SR타임스 | 입력 2025.05.29 11:14

▲'하이파이브' ⓒNEW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강형철 감독은 2008년 데뷔작 '과속스캔들'로 86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써니', '타짜: 신의 손' 등으로 감성과 유머, 대중성을 아우르는 연출력을 증명해왔던 그가 이번에는 초능력 액션과 코미디를 결합한 신작 '하이파이브'로 돌아왔다.
이번 영화의 콘셉트는 명확하다. 한국판 오합지졸 '어벤져스'. 다섯 명의 평범한 주인공들이 각기 다른 장기를 이식받은 이후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펼쳐지는 히어로 장르에 가족, 우정, 성장의 드라마를 버무렸다. 주인공들은 평범한 우리 주변의 인물들로 채워졌다. 각자 결핍된 무언가를 안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하이파이브 팀은 세상을 지키기에 앞서 우선 각자의 삶을 수습하는 데 힘을 쏟는다.

◆ 하이파이브 멤버들의 개성 충만 캐릭터 쇼
이 영화의 중심에는 태권소녀 완서(이재인)가 있다. 오랜 병상 생활 끝에 기적처럼 심장을 이식받고, 괴력과 스피드를 얻게 된 그녀는 그저 달리고, 뛰고, 태권도를 하고 싶을 뿐이다. 아빠의 과잉보호로 닫혀 있던 세계를 다시 여는 과정에서, 그녀가 가장 고마워하는 것은 초능력이 아닌 우정이다. 이재인은 10개월간의 훈련으로 완성한 스피디한 태권 CG 액션으로 빵빵 터지는 웃음과 찰진 타격감을 안겨준다.
완서의 동료가 되어준 지성(안재홍)은 표절 논란과 코인 투자 실패로 바닥까지 추락한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이다. 폐 이식 후 태풍 같은 초강력 폐활량을 갖게 됐지만, 그 힘이 그의 삶을 단숨에 바꾸지는 않는다. 그는 다소 산만하고 염세적이지만, 비상한 머리회전과 의외의 기지로 팀의 브레인 역할도 겸한다. 완서와의 티키타카, 기동과의 티격태격 케미는 이 영화의 웃음을 책임진다.

기동(유아인)은 각막 이식 후 전자기파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힙스터 백수다. 타노스가 핑거 스냅으로 인류 절반을 날렸다면, 기동은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지배한다. 팀원 중 가장 쓸 만한 능력을 지녔지만, 개인주의적인 성격 탓에 팀워크와는 거리가 멀다. 지성과의 견원지간 앙숙 관계는 극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축이다.
선녀(라미란)는 신장 이식 후 생긴 능력이 무엇일지 베일에 싸인 야쿠르트 아줌마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카트를 몰고 나타나며, 누구보다 밝고 헌신적인 태도로 팀의 분위기 메이커가 된다. 라미란 특유의 인간적인 연기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그녀는 지성과 함께 코믹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는 선량한 인물이지만, 내면에는 깊은 죄책감이 자리하고 있어 남을 돕는 히어로 팀의 정신적 기둥이 된다. 중반부터 밝혀지는 그녀의 능력은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큰 역할을 한다.
약선(김희원)은 간 이식 후 타인의 고통을 흡수하고 물 한 잔으로 회복하는 치유의 '약손'을 얻는다. 직원들에게 잔소리가 많은 융통성 없는 작업반장이지만, 아픔을 대신 짊어지는 헌신적인 면모에서 진짜 영웅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종교적 신념과 인간적 고뇌 사이에서 갈등하는 캐릭터를 김희원이 깊이 있게 그려낸다.
이 다섯명은 성격도, 배경도, 가치관도 제각각이다. 초능력은 있지만, 팀워크는 낙제점이었던 하이파이브 팀은 결국 크고 작은 충돌을 거치며 하나의 팀으로 성장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이 영화는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닌, 서로를 알아가고 받아들이는 우정과 성장 이야기로 서사의 정서적 깊이를 확장해 나간다.

◆ 번외 히어로와 빌런의 존재감, 그리고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하이파이브 팀 외에도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바로 완서의 아빠 종민(오정세)이다. 이식받은 장기도, 초능력도 없다. 하지만,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부성애'라는 초능력을 지녔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종민은 완서를 지키려는 진심을 발휘하며 웃음과 감동 사이를 오간다. 유쾌한 코미디와 진심 어린 눈빛을 동시에 담아내는 오정세의 절묘한 연기가 빛난다.
이 영화에서 빌런 영춘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췌장 이식 후 젊음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새신교 교주로서 겉으로는 영혼 구원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신이 되겠다는 야욕으로 불타는 어둠의 인물이다. 그의 노년은 국민배우 신구가, 젊은 청년으로 변신한 모습은 GOT7의 아이돌 출신 배우 박진영이 맡아 2인 1역 연기를 선보인다. 두 배우는 세대 간 완벽한 싱크를 보여주며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특히 박진영은 '양들의 침묵' 안소니 홉킨스를 참고한 뛰어난 빌런 연기를 펼친다. 그는 사이비 교주의 연극적인 말투와 퍼포먼스에 신구의 성대모사까지 합쳐 자신만의 캐릭터를 완성한다.
한편, '미스피츠 히어로' 하이파이브 팀에게 능력을 이식해준 오컬트적 존재인 초인에 대한 미스터리는 떡밥으로 남는다. 기원전부터 오랜 세월 동안 인류와 함께 했고 역사적 인물과 닮았다 것 외에는 밝혀지는 부분이 없어 후속편의 여지를 남긴다.

◆ 액션, 음악, 유머가 어우러진 팝콘무비
'하이파이브'는 무엇보다 장르적 쾌감을 잘 이끌어낸 영화다. 과장되고 코믹한 액션, 시트콤 같은 유머, 그리고 레트로 감성이 녹아든 음악이 어우러진 종합 오락영화로 완성됐다.
이 영화에서는 도심 질주 장면과 최종 지하 배틀 장면이 가장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다. CG 완성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한정된 자원 안에서 VFX 기술을 효율적 사용으로 사용했다.
주성치의 '쿵푸허슬', '소림축구'를 연상시키는 코믹 CG 액션과 '드래곤 볼', '유유백서' 스타일의 만화적인 액션 연출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슬램덩크' 오마주 장면도 영화의 위트를 더한다.
또한, 이번에도 강형철 감독은 OST에 힘을 쏟았다. 스매싱 펌킨스의 'I Am One'(1990)은 완서가 언덕길을 질주하며 초능력을 자각하는 장면에서 짜릿함을 배가시키고, 스냅!의 'The Power'(1990)는 기동의 능력에 스타일리시한 리듬감을 부여한다. 코리 하트의 'Sunglasses At Night'(1983)는 낮밤 없이 선글라스를 쓰는 기동의 허세와 절묘한 궁합을 이루며, 폴 앵카의 'Put Your Head On My Shoulder'(1959)는 지성과 기동이 잠시 화해하는 장면에서 반전의 웃음을 안긴다.
세계적 밈이 된 릭 애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1987)은 카트 체이싱 장면을 신나게 비틀고, 모모랜드의 '뿜뿜'(2018)은 종민의 태권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신에 유쾌한 에너지를 더한다. 마지막으로 시스터 슬레지의 'We Are Family'(1979)는 결국 하나가 된 하이파이브 팀의 테마처럼 울려 퍼지며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다만, 액션 장면과 어울리는 그루브한 EDM, 힙합 장르곡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일부 인물의 감정선이 급하게 편집되거나, 서브플롯이 흩어지는 구간은 몰입도가 다소 낮아질 수 있어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장르적 재미,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따뜻한 인간미의 조화를 이룬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2021년 촬영을 마친 후, 우여곡절 끝에 개봉하는 '하이파이브'는 장르적 재미와 인간 드라마의 균형을 추구한 유쾌한 팝콘 무비다. 마블 블록버스터에 익숙한 관객에게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이웃집 히어로를 소개하는 강형철 감독의 신선한 도전이기도 하다.

제목: 하이파이브 (HI-FIVE)
감독: 강형철
출연: 이재인, 박진영, 안재홍, 오정세, 라미란, 김희원, 신구, 유아인
제공/배급: NEW
제작: 안나푸르나필름
러닝타임: 119분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개봉: 2025년 5월 30일
평점: 6.9/10
심우진 기자 (rememberair@naver.com)
[기사 원문] http://www.sr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778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