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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이파이브' 박진영 "'자신만의 연기 하라'…신구 선생님 조언에 부담 덜어" - SR타임스
SR타임스 | 입력 2025.05.29 14:12

▲'하이파이브'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안소니 홉킨스 '양들의 침묵' 세 번 보고 빌런 캐릭터 완성"
"'미지의 서울'…이호수 시선으로 세상 보는 연기에 집중"
"예측 불가한 입체적 인물에는 무조건 도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7인조 보이그룹 GOT7의 멤버이자 배우인 박진영은 ‘유미의 세포들 시즌2’, ‘크리스마스 캐럴’, ‘마녀’ 그리고 최근 공개 중인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런 그가 오는 30일 개봉하는 강형철 감독의 신작 '하이파이브'에서 국민배우 신구와 함께 2인 1역의 세대를 초월한 연기를 펼친다. 박진영은 췌장 이식 후 젊음을 흡수할 수 있는 초능력을 얻게 된 사이비 종교 교주라는 독특한 빌런 캐릭터인 영춘을 입체적으로 연기해낸다. 또한, 복싱과 막싸움을 기반으로 한 시원한 액션을 선보이며 눈길을 사로잡는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박진영 배우를 만나 이번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빌런 역할은 처음이다.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처음 제게 이 역할이 들어온 게 맞는지부터 바로 확인했어요. 배우로서라면 누구나 새로운 얼굴이나 낯선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꼭 잡고 싶은 마음이 생기잖아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역할을 바로 할 수 있을지 매니저와 바로 상의해서 미팅을 진행하게 됐죠.
이 역할을 주셔서 감사했어요. 왜냐하면, 연기에 대해 이게 맞는 걸까 하고 확신이 좀 떨어졌던 시기였거든요. 그런데 그런 저에게 이렇게 파격적인 캐릭터를 맡겨주셔서 정말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Q. 대선배이자 국민배우인 신구와 함께 2인 1역을 맡았다. 부담감은 없었나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걸 잘할 수 있을까 같은 고민보다도, 일단 무조건해야겠다,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였어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까, 정작 캐스팅이 확정된 후부터는 엄청난 부담감이 밀려오더라고요.
대본만 봤을 때는 신구 선생님의 말투를 따라 해야 하는 부담을 실감하지 못했죠. 그런데, 현장 미팅에서 감독님께서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말씀하시자마자, 이거 큰일 났다 싶었죠. 하지만 동시에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었어요.
감사하게도 감독님께서 직접 신구 선생님과 제가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해주셨죠. 특히, 선생님께 제 대사를 전부 녹음해달라고 부탁해주셨어요. 신구 선생님께서도 흔쾌히 응해주시고, 대본에 있는 제 모든 대사를 한 줄 한 줄 읽어주셨어요.
정말 전설 같은 분이 제 대사를 녹음해주신 거잖아요. 그걸 제 폰에 소장할 수 있다는 게, 마치 엄청난 컬렉션을 하나 얻은 느낌이었어요. (웃음) 그걸 계속 들으면서 연습하고, 감독님과 함께 디테일을 맞춰나갔던 것 같아요.
신구 선생님께서 "똑같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똑같이 하려 해도 어차피 똑같아질 수는 없고, 감독님이 원하시는 말투의 방향은 따라가되 자신만의 것을 지키면서 연기했으면 좋겠다. 그게 극적으로 더 매력적이고, 설득력도 있을 거다"라고 해주신 말씀이 인상 깊었어요. 감독님도 그 말씀에 동의해 주셔서, 완전히 똑같이 흉내 내야 한다는 부담은 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포스터 촬영 이외에는 작업을 따로 했기 때문에 제 연기에 대해 말씀해주신 부분은 없으셨어요. 현장에서 뵈면 밥 먹으러 가자고 하셨죠. (웃음)
Q. 젊은 영춘은 다른 주요 캐릭터들과 달리 극 중간에 등장해야 한다. 강렬한 첫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어떤 장면에서 특별하게 힘을 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캐릭터가 그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더 돋보이자는 마음보다는, 그 순간 상황 안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합니다. 연기자가 지나치게 힘을 주거나 혹은 부담감을 드러내면 관객과 시청자분들도 그것을 느끼시고 불편해하세요. 예전에 제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그 이후로는 더 의식적으로 조심하고 있어요.

▲'하이파이브' ⓒNEW
Q. 신체 노출 장면이 많다. 체형 만들기에 큰 노력을 쏟았을 것 같은데
캐릭터 설정에 '짐승 같은 몸'이라고 되어 있었던 거로 기억해요. 그리고 후반부 최종 전투 신 콘티를 보니까 힘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초능력자니까 몸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아도 힘이 셀 수는 있지만, 대본 지문에도 괴력에 대한 설정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민했죠.
너무 덩치가 크고 둔탁해 보이면 오히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한 2개월 반에서 3개월 정도 주말 빼곤 삼시 세끼 닭가슴살, 방울토마토, 고구마, 샐러드만 먹었죠. 그렇게 몸을 만들고 촬영을 끝냈고 너무 신나서 혼자 중국 음식을 먹었어요. 그때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식단 조절 후에는 죽 같은 거로 천천히 풀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술도 한잔 같이했는데 속이 완전히 뒤집혔죠. 진짜 끔찍했어요. (웃음) 조명 감독님이 잘 세팅해주셔서 제 노력보다 배로 잘 나온 것 같아요.
Q. 강형철 감독이 연기 디렉션을 준 부분이 있다면
감독님이 턱선을 잘 보이라고 하시면서 장난처럼 말씀하신 기억이 있어요. 감독님 디렉션은 굉장히 명확하세요. 찍고 싶은 신이 있으면 그걸 정확하게 설명해 주세요. 예를 들어, 문신을 보여줘야 하는 장면에서는 머리를 한 번 쓸어 넘기면서 그걸 드러내 달라고 하셨죠. 그때 사실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열심히 머리를 넘겼습니다. (웃음)
Q. 히어로 장르 작품 속 빌런 중 참고한 캐릭터가 있나
저는 마블 영화도 정말 좋아하고, 시원하고 강렬한 작품들을 선호해요. 그런 장르의 영화를 많이 보기도 했고요. 근데 이번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완전히 같을 순 없지만, 뭔가 노곤한 톤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느낌이 드는 인물을 떠올렸죠.
그랬더니 한니발 렉터가 생각나더라고요. 안소니 홉킨스가 '양들의 침묵'에서 보여줬던 그 말투와 분위기가 있잖아요. 매우 부드럽고 침착한 어조로 상대를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게 굉장히 독특하고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그 영화를 다시 세 번 봤어요. 물론 전혀 다르고, 따라갈 수는 없는 수준이죠. 너무 대단하신 분이니까요. 저는 무섭고 설득력 있는 톤을 이번 역할에 녹이고 싶었어요.

Q. 격렬한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다. 촬영 당시 완서 역을 맡은 이재인 배우와의 어려운 점은 없었나
액션스쿨 다니면서 연습을 했어요. 이재인 씨는 기본 베이스가 태권도였고, 저는 딱히 어떤 스포츠나 무술을 배운 건 아니고, 그냥 좀 싸움이 몸에 밴 스타일이었어요. 그래서 최대한 투박하게 싸울 방법을 찾으려고 했죠. 근데 제가 전문적으로 춤을 췄던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춤 같았죠. 무술 감독님께서도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셨고, 심지어 제가 팔을 뻗을 때도 "너무 선이 예쁜데?"라는 말씀을 해주셨죠. (웃음) 그 말을 듣고 어떻게든 고쳐야겠다 싶어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이재인 씨와의 액션 합을 생각해보면 좀 부끄러워요. 초반에는 이재인 씨에게 되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했거든요. 합을 맞추는 장면이 많다 보니까 혹시라도 다치지 않을까 신경을 많이 썼죠. 그러다가 제가 실수로 살짝 타격한 적이 있었거든요. 너무 미안해서 괜찮냐고 물었더니, 이재인 씨가 오히려 그냥 편하게 해달라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너무 조심한 게 오히려 프로답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그때부터는 한 테이크라도 더 빨리 끝낼 수 있도록, 제대로 집중해서 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실수가 없었고, 더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죠.
Q. 사이비 종교 교주 연기에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이렇게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을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사실 처음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연기 선생님을 찾아갔죠. 그분은 연극 연출을 하시는 분인데, 이 대본을 보시고는 이건 굉장히 연극적인 캐릭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에 저도 공감했어요. 이 인물이 교주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무대 위에서 일종의 쇼를 펼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연기 선생님과 함께 목소리를 내보는 연습부터 시작했어요. 일반적인 대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하면 진짜 말처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했죠. 무대에서처럼 몰입하고, 직접 움직이며 말해보면서 조금씩 이 인물에 가까워졌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제가 무대 경험이 있으니까,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믿어주셔서 더 용기를 냈습니다.
그리고 저희 멤버 중에 미국인인 마크 형이 있어요. 그 형이 화가 나면 입술을 꼬물거리거든요. 그래서 그걸 레퍼런스로 삼았죠. 연기할 때 참고했다고 말했더니 "I don't care!"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기억도 못 할 거예요. (웃음)

▲배우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Q. GOT7 멤버들과의 사이에서 다툼도 있었나
시간도 많이 지났고, 이제는 감출 것도 없으니까 말씀드릴게요. 어릴 때는 정말 별것도 아닌 일로 멱살 잡고 주먹다짐까지 했어요.
"왜 그렇게 쳐다보냐", "누가 내 햇반 가져갔냐" 같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정말 많이 싸웠죠. (웃음) 근데 지금도 비슷해요. 최근엔 뮤직비디오 촬영할 때도 싸웠는데, 사실 이유조차 기억이 안 나요. 요즘은 싸움이 나면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고 그냥 방관해요. 우린 여전히 철이 없나 봐요. (웃음)
슈퍼주니어나 신화 선배님들도 예전엔 많이 싸우셨다고 들었어요. 그런 걸 보면, 어릴 때는 오히려 터놓고, 치부까지 보여주면서 싸우는 게 오래 가는 팀워크의 원동력이나 밑거름이 되지 않나 싶어요. 저희도 그렇게 많이 싸웠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것 같고요. 그래서 후회는 없습니다.
Q. 라미란, 오정세 등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한 소감은
일단, 라미란 선배님은 연기가 말도 안 되는 분입니다. (웃음) 저는 비교적 늦게 합류했는데,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함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입꼬리가 절로 올라가더라고요.
다만, 현장에서 함께 호흡을 많이 맞추지 못했던 게 아쉬웠어요. 그렇지만, 짧은 순간이라도 함께할 때 그분들이 주시는 것들을 최대한 눈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오정세 선배님과 연기할 때는 정말 웃음을 참기 힘들었어요. 화면에서만 보던 그 독보적인 웃김이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졌거든요. 저는 아주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웃음을 참지 못해서 두세 번 테이크를 날린 적도 있었죠. (웃음)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건 시간이 길고 짧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짧은 순간 안에서도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죠.
Q. 전투 장면에서 VFX(시각효과)가 많이 쓰였다. 그린 스크린이나 와이어 액션 연기가 힘들지는 않았나
감사했던 건, 벽이나 높은 물체 같은 요소들은 거의 다 그린 스크린으로 구현되었지만, 실제로 싸우는 장면이나 소품은 전부 진짜로 만들어주셨다는 점이에요. 감독님이 현장을 그렇게 구성해주셔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상상하는 것보단 훨씬 덜 부담스러웠죠.
예를 들어 제가 파이프나 큰 나무 박스를 던지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실 그때는 초록색 공을 던졌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이 정도 크기의 나무 박스일 거야"하고 명확하게 말씀해주셨어요. 이미 어떤 CG가 들어갈지 확신이 있으셨기 때문에, 무게감이나 잡는 방식 같은 것도 구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었죠. 그 덕분에 촬영 전에는 고민이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월했어요.
영화 '신과 함께' 비하인드 영상도 조금 참고했어요. 거기서도 전부 그린 스크린인데, 선배님들이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그대로 믿고 연기하시더라고요. 연극이라는 매체도 실물이 없는 상황에서 있다고 믿고 관객을 설득하는 장르잖아요. "정확하게 그것이 있다고 믿고 바라본다면, 카메라에 분명히 담기고, 관객도 믿게 될 거다"라는 연기 선생님 말씀을 계속 떠올렸어요. 초반 촬영 3~4회차까지는 "이게 맞나? 나 지금 뭐 하는 거지?"라고 느끼는 순간도 있었는데, 익숙해지니까 오히려 편해지더라고요.
와이어 액션은 처음엔 꽤 아팠어요. 골반에 장비를 착용해야 해서 골반을 계속 누르더라고요. 근데 그게 요령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하시더군요. 중심 잡는 연습을 했죠. 다행히 나중에는 주먹 뻗을 때 선이 예쁘게 나온다는 피드백도 받았죠. 춤을 췄던 경험 덕분에 몸 쓰는 감각이 좀 있어서인지 상상했던 것보다 와이어 액션 연기가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박진영. ⓒBH엔터테인먼트
Q. 자신의 연기에 VFX를 입힌 액션 장면을 본 소감은
정말 신기했어요. 그린 스크린 작업을 통해 제가 상상했던 장면이 실제로 구현돼서 나오는 걸 보고 감탄했죠. 너무 잘 나왔다는 생각도 들었고, 동시에 저렇게 나올 거였으면 내가 저 장면에서 조금 더 이렇게 해볼 걸 하는 아쉬움도 있었어요.
확실히 카메라와 편집의 예술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CG와 편집을 거쳐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표현되는 걸 보면서 더 과장된 연기를 했더라면 오히려 부담스러웠겠다 싶었죠.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전보다 더 현명하게, 카메라와 편집을 잘 이해하면서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Q. 갖고 싶은 초등력이 있다면
저는 순간이동 능력을 가장 갖고 싶어요. 이동이 많은 직업이기도 하고, 퇴근 시간에 교통 체증에 걸리면 정말 아찔하거든요. 여유 있게 30분 일찍 출발해도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순간이동만 있다면 나는 완전 성실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퇴근을 빨리하고 싶잖아요. 딱 순간이동 한 번이면 바로 집이죠.
Q. '미지의 서울'에서 이호수 캐릭터 공식 설정이 '아수라 백작처럼 한쪽은 멀쩡하고, 한쪽은 고장 난 자신이 장애와 비장애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서성이는 경계인'으로 설명되어있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을 텐데
이 캐릭터가 무엇에 결핍이 있는지, 또 무엇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지, 무엇을 감추고 싶은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그래서 그 결핍에서 비롯되는 감정이나 행동들을 하나씩 찾아갔죠. 분명히 회복은 했지만, 어느 정도의 장애를 지닌 캐릭터이기도 해요.
감독님께서 "장애가 없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동을 이 친구는 더 자연스럽게 하려고 애쓸 것"이라는 말씀으로 디렉션을 주셨죠. 더 아무렇지 않게 보이려는 노력 자체가 캐릭터의 디테일로 연결되고, 그 간극이 연기적으로도 잘 보이면 좋겠다 싶었죠.
그래서 이 인물이 뭘 잃고 싶지 않아 하는지, 어떤 결핍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오는지를 중심으로 설정해 나갔고 이호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고 했어요. 이호수의 눈으로 봤을 때 상대의 리액션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현장에서 최대한 라이브하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하이파이브'와는 또 다른, 굉장히 흥미롭고 새로운 작업이었습니다.
Q.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연기나 장르가 있다면
배우로서 또 다른 저의 모습을 발견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죠. 새로운 장르나 캐릭터에 도전하는 건 분명히 좋은 일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은 가능한 한 전부 해보고 싶어요. 현재는 저의 30대 초반 나이에 표현할 수 있는 감정과 밀도를 가진 캐릭터들에 끌려요. 그리고 쉽게 찾아오지 않는 특수한 캐릭터에 대한 갈망이 있어요.
해보고 싶은 캐릭터라면 예전부터 계속 생각해왔던 게 있어요. 70년대 영화 '뜨거운 오후'에서 알 파치노가 연기한, 허술한 은행 털이범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절박하고 진지한 상황에 놓여있어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술하고, 인간적이고 짠하게 느껴지는 반전 있는 인물이죠.
설정은 멋있지만 정작 인물 자체는 멋있지 않다거나, 무서운 상황인데 어딘가 어설픈 면 때문에 웃음이 나는 캐릭터를 꼭 해보고 싶어요. 비틀린 감정선과 예측 불가한 입체성을 가진 역할이 있다면, 무조건 도전하겠습니다.
심우진 기자 (rememberair@naver.com)
[기사 원문] http://www.sr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77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