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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 "철저하게 재미있는 오락 영화로 만들어" - SR타임스
SR타임스 | 입력 2025.06.01 14:11

▲'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 ⓒNEW
"유아인 배우 논란 이후 직접 만난 적 있어…사죄의 말 전해"
"비디오 가게에서 발견한 유쾌하고 활기찬 만화 같은 영화"
"VFX 이외에 배우들 연기의 힘과 분명한 즐거움 담아"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2008년, 하루아침에 시작된 삼대 가족의 동거를 유쾌하게 그린 데뷔작 '과속스캔들'로 8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충무로에 흥행 스캔들을 몰고 온 강형철 감독. 이후 학창 시절의 찬란한 우정을 담은 '써니', 타짜들의 숨 막히는 승부를 다룬 '타짜-신의 손', 그리고 전쟁통 속 오합지졸 댄스단의 열정을 그린 '스윙키즈'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 속에서도 특유의 유머와 감동, 캐릭터의 생동감을 놓치지 않았다.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영화제 감독상을 모두 거머쥐며 감독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그는 흥행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대한민국 대표 감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그런 강형철 감독이 신작 하이파이브로 돌아왔다. 장기 이식을 계기로 초능력을 갖게 된 평범한 다섯 인물의 이야기를 판타지, 액션, 코미디의 유쾌한 리듬으로 풀어낸 '하이파이브'는 그의 연출 미학이 집약된 작품이다. 입체적인 캐릭터, 재치 넘치는 대사, 귀를 사로잡는 음악,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출이 어우러지며 강형철 감독표 시네마의 진수를 다시 한번 증명한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초능력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그의 말처럼, 이 특별한 히어로 영화는 우리 안의 가능성과 연대의 힘을 기발하게 그려낸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하이파이브'의 강형철 감독을 만나 이번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2021년 촬영을 마친 이후 인고의 세월을 지나 마침내 개봉한 것에 대해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Q.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했을텐데 '하이파이브' 개봉 소감을 전한다면
그냥 신앙의 힘으로, 동료들의 응원으로 극복했어요. 행복합니다! (웃음) 그동안은 DI실, 믹싱실, 편집실 같은 작업실에서만 영화를 봐왔어요. 물론 그곳에서도 화면이 작지는 않았지만, 관객 없이 봤잖아요. 그런데 이번 시사회에서는 처음으로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보게 됐어요. 그 순간 '아, 드디어 내가 그동안 바라보던 화면이 제자리를 찾았구나, 걸려 있어야 할 곳에 안착했구나' 하는 감격이 밀려왔죠.
그리고 저는 늘 영화를 믿고 있습니다. 영화는 기록 매체고 기록하는 하드웨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존재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영화를 시작하게 된 것도 결국 그런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1950년대, 6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를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심지어 수십 번씩 돌려보기도 하잖아요. 이 영화 역시 앞으로 관객분들이 얼마나 보시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이 반복해서 보신다면 저에게는 매우 큰 기쁨이 될 겁니다.
Q. 초능력을 다룬 한국 작품 중에는 '염력', '무빙' 등이 있다. 처음 기획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제 첫 영화 '과속스캔들' 제작실장을 맡으면 계속 함께해온 유성권 PD와 아이디어를 많이 주고받곤 해요. 2014년쯤 '타짜-신의 손'을 찍고 나서 그 친구가 어느 날 '초능력자로부터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로그라인을 말해주길래 "정말 재미있겠다. 나중에 한 번 진지하게 얘기해보자" 하고 넘어갔죠. '스윙키즈'가 끝난 뒤에 그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고, 농담으로 한번 써볼까 했는데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하게 됐어요.
사실 이 작품이 '무빙'보다 먼저 기획됐고, 촬영도 먼저 했어요. 그러니까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된, 서로 완전히 별개의 작품이었죠. 그래서 사실 별로 상관이 없었어요. 초능력자 이야기라는 건 세상에 정말 많잖아요. 그런 것들을 다 신경 쓰기 시작하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거예요. 이 영화는 이 영화만의 이야기, 캐릭터,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에요. 저는 언제나 작품의 고유한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작업하는 편이라서, 이번에도 그렇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만들었습니다.

Q. 여러 장르로 만들어질 수 있는 소재인데 만화적인 톤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유가 있다면
제가 할 줄 아는 게 이거밖에 없어요. 그래서 운 좋게 몇 작품을 연이어 찍을 수 있었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영화를 해볼 수 있을까, 늘 다양한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스윙키즈' 찍을 때쯤이었나, 그 무렵에는 차기작으로 오락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어릴 적에는 비디오 가게가 있었잖아요. 재미있는 영화 하나 빌려서 집에 갈 때 그 시간이 정말 행복했거든요. 그냥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완전히 빠져들어 보는 날도 있었어요.
운 좋게 감독이 된 만큼 이번엔 롤러코스터 타듯 푹 빠질 수 있는, 정말 제대로 된 오락영화를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고요. 이번엔 정말 철저하게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 오락적인 요소에 집중하자고 생각했고, 그 아이디어와 오락영화를 접목해서 작품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Q. '스윙키즈'에 대한 평가 때문에 다른 톤의 작품을 만들게 됐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진 않아요. '스윙키즈'가 흥행 스코어 면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제가 정말 찍고 싶었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었어요.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성껏 녹여내서, 정말 열심히 만든 영화였습니다. 나름대로 저의 모든 것을 바쳐 찍은 영화였고요. 관객분들 반응도 당시에 호불호가 분명히 갈렸죠. 하지만 모든 영화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안고 가는 거니까, 저는 그걸 있는 그대로 잘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 역시 누군가에게는 좋을 수 있고, 또 어떤 분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거예요. 모든 영화가 그렇잖아요. '하이파이브'는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던 오락영화였습니다. 저도 관객으로서 제가 좋아하는 감독님들이 여러 작품을 내고 커리어를 쌓아가시는 걸 보다 보면, 초기작 같은 영화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관객분들도 혹시 저의 초기작 같은 영화를 보고 싶지 않을까 해서 이번에는 오락적인 색깔이 강한 영화를 해보자는 했던 건 사실입니다.
Q.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했고 교주가 빌런으로 등장한다. 이유가 있다면
직관적인 악당이 필요했습니다. 이 영화가 오락 영화인 만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모두가 쉽게 헤아릴 수 있는 악당이 누구일까 고민했죠. 저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악당은 신을 빙자하는 자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신이라고 지칭하는, 그래서 두려움 없이 신의 이름을 내세우는 존재가 가장 무서운 악당 아닐까요. 그래서 사이비 교주 캐릭터를 떠올렸습니다. 사이비 교주는 실상 무신론자들이잖아요. 스스로 신이라고 믿거나, 혹은 신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하는 존재들이죠.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의 빌런을 그렇게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사이비 종교 안에서, 저는 그 신도들은 악인이 아니라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가스라이팅을 당한 사람들이죠. 김희원 배우가 연기한 약선이라는 인물은 어떻게 보면 그 피해자들 가운데에서도, 선과 악의 경계에 걸쳐 있는 존재인데 '하이파이브'의 주인공들을 만나면서, 약선은 본래 지닌 선함을 조금씩 드러내게 됩니다.
저는 약선을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구해주고 싶었습니다. 피해자였던 사람을 구하고, 그의 선함과 능력을 이용해 세상을 밝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하이파이브' ⓒNEW
Q. 연출자로서 배우 캐스팅 과정에서 자신 있게 결정한 것이 있다면
이재인 배우는 신인이고 인지도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도 너무나 잘 해줬죠. 저보다는 배우가 증명해줬어요. 반대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제작사인 안나푸르나의 이안나 대표님과 투자 배급을 맡아준 NEW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와 시나리오만 믿고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준 거죠.
유아인 배우 경우는 역할이 적지만, 분량에 상관없이 본인이 재미있어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하더군요. 같이 연기할 배우들이 마음에 들고 대본도 재미있어서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Q. 유아인 배우와 관련해 편집을 최대한 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이 영화는 한 사람만의 영화가 아니잖아요. 앙상블 영화입니다. 영화 외적인 이유로 인해 이 작품에 험한 편집이 가해진다면, 정말 잘해준 이재인 배우의 연기가 다치게 되고, 안재홍 배우의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연기도 훼손될 수 있습니다. 라미란 배우, 김희원 배우의 연기 역시 마찬가지고요. 결국, 작품 전체가 손상되게 됩니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건 정말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주 미세하게 관객분들이 불편해할 지점을 찾아서 다듬기는 했습니다.
Q. 논란으로 개봉이 늦춰진 이후 유아인 배우가 직접 전한 말이 있다면
따로 본 적은 있습니다. 정확한 워딩으로 말씀드리면 유아인 배우가 사죄했습니다. 송구함을 전했습니다.
Q. 신구 배우의 젊은 모습으로 박진영 배우를 선택한 이유는
운명이었어요. (웃음) 저는 꼭 그 대사를 쓰고 싶었거든요. 지성이 "왜 저 사람은 오빠고, 나는 아저씨냐" 하고 물어보면 완서가 "잘생겼잖아요!"라고 말하는 대사를 꼭 살리고 싶었죠.
신구 선생님의 젊어진 인물이, 햇빛 아래서 딱 등장하는데 정말 잘생긴 사람이었으면 했죠. 누구에게 맡겨야 할까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박진영 배우를 알게 됐습니다. 사실 저는 그전까지 진영 씨를 잘 몰랐어요. 그런데 만나보고 나서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중요한 건, 단순히 신구 선생님의 말투를 흉내 내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그건 그냥 성대모사일 뿐이고,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거든요. 그보다는 그 특색 있는 뉘앙스를 배우 본인의 말투와 감정에 완전히 체화시켜야만 했습니다. 박진영이라는 영혼을 통해 그 대사가 새롭게 살아나야 했어요. 그 작업이 정말 쉽지 않았는데, 진영 씨가 결국 해냈습니다. 정말 천신만고 끝에 완성해냈죠. 그야말로 하늘에서 복이 떨어진 거죠.
Q. 대사를 통해서 '스윙키즈' 주연이었던 도경수 배우의 이름이 언급되던데
그건 뭐랄까 경수와의 우정이랄까요? (웃음) 그런 식으로라도 특별 출연을 시키고 싶었죠. 허락 맡았어요. 깔깔거리면서 흔쾌히 허락하더군요.
Q. 안재홍 배우가 회상하길 15년 전 강형철 감독이 "내가 키운 애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
키웠다니 말도 안 돼요. 제가 감히 누굴 키워요. (웃음) 완전 무명일 때 누군가에게 자랑하려고 그랬나 보죠. 그냥 동네 친구인 영화배우입니다. 친구끼리 모여서 아기자기하게 어떤 영화든 간에 찍는 거 좋아하고, 앞으로도 계속 만나서 작업을 하고 싶어요. 안재홍 배우가 이제는 훌륭한 예술가이자 스타 배우인데 계속 변치 않는 느낌들이 너무 좋죠. 그가 대학교 졸업했을 때 처음 만났는데 사람이 똑같이 한결같아요.
Q. 가이드 연기를 너무 잘하는 감독이라고 배우들이 칭찬한다
괜한 소리를…. (웃음) 영화를 하면서 이렇게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거의 안 준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제 기억엔 그냥 구경만 했던 것 같습니다.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보면서 관객처럼 즐겼거든요. 라미란 배우는 말할 것도 없죠. 연기에 대해 딱히 디렉션을 줄 일이 없었어요. 다만, 이재인 배우 같은 경우에는 리딩할 때 몇몇 대사를 이런 톤으로 한번 해볼까 하는 제안을 했죠. 배우들이 다 알아서 너무 잘해줘서, 저는 다른 기술적인 부분이나 카메라 워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배우들 덕을 톡톡히 본 작품입니다.
Q. 라미란 배우가 대본집 최종 전투 신 경우 컷 수가 800컷이 넘어가서 놀랐다고 한다. 컷 구상은 어떻게 하는 편인가
처음에 영화를 그런 식으로 배워서인지, 대본을 쓸 때도 스토리보드를 다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타이핑 합니다. 그렇게 글로 먼저 정리를 하고, 그 글을 다시 그림으로, 한 컷 한 컷 전부 옮겨 놓는 식이죠. 그걸 거의 그대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왔습니다. 그게 안 되면 사실 좀 막막해요. 머리가 좋은 천재 감독님들은 그런 거 없이도 다 잘하시던데, 저는 머리가 좋지 않아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작업이 안 되더라고요.

Q. 2021년에 촬영을 종료하고 2025년 개봉 직전까지 후반 작업을 했을텐데 끝까지 공을 들인 부분이 궁금하다
일단 2021년 하반기에 촬영은 마무리됐고요. 이후 1차 편집이나 큰 틀의 편집,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비교적 빠르게 끝났습니다. 이미 현장 편집이나 스토리보드 작업이 잘 짜여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VFX 작업이 굉장히 오래 걸렸습니다. 양도 많았고, 또 그 과정에서 회사 측 사정도 있었고요. VFX 결과물이 나와야만 가능한 후속 작업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큰 병목이었습니다. 컷 수도 워낙 많았고요. 그로 인해 계속 다음 공정들이 지연됐죠. 또, VFX 결과에 따라 편집을 미세하게 손봐야 했고, 편집하다 보면 다시 VFX를 추가하거나 수정해야 하는 식으로, 양방향으로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정말 많았습니다.
음악 작업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음악을 미리 받아서 그에 맞춰 컷을 완성했었는데, 중간에 음악 쪽 사정으로 변경이 한 번 있었거든요. 그래서 편집을 통째로 다시 뒤엎고 새롭게 맞춰야 했습니다. 편집 기사님과 음악 감독님을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 괴롭혔어요. 그 두 분께는 제가 진짜 몹쓸 짓을 많이 했습니다. (웃음)
Q. 저작권이 상당히 비쌀 만한 유명한 곡을 다수 사용했다. 올드팝 중심인데 이유가 있다면
어릴 때 친구가 없어서 음악과 영화가 저에게는 장난감이었어요. 음악은 큰 힘을 내잖아요. 역시 관객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도구라고 늘 믿고 있고, 또 즐기고 있어요. 저작권 문제는 관객과 함께 즐기기 위해선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죠.
이 음악들을 선택한 이유를 말씀드리면 스매싱 펌킨스의 'I am One'은 완서 캐릭터가 어떤 록 음악이 주는 저항성을 통해 자기감정을 해소하는, 그런 상징적인 의미로 썼어요. 완전히 벼랑 끝까지 몰렸을 때 터뜨리는 감정의 통로로서 록 음악을 설정한 거죠. 어릴 적 제가 많이 좋아하던 곡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Sunglasses At Night’는 기동이 밤에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하는 장면에서 유머러스하게 쓰고 싶었어요. 가사와 장면이 너무 잘 맞는다는 느낌이 있었고요.
릭 애슬리의 'Never Gonna Give You Up'은 진짜 엉뚱한 지점에서 그 곡이 나오는 건데, 저는 그 의외성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인터넷 밈으로도 쓰이고 있더라고요. 근데 사실 저는 밈으로 쓰이기 전부터 그 곡을 아이디어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약간 '이건 내가 먼저 생각했는데...'하는 아쉬움도 있었죠.
마지막에 'We Are Family'는 영화 속 인물들이 하나가 된다는 개념을 상징하는 곡이었어요. 그런 식으로 각각의 음악을 설정했는데, 저는 이 곡들이 다 굉장히 시네마틱하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올드팝이라서 쓴 게 아니라, 극장 화면 위에 이 장면과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는 곡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택된 곡들이었습니다.
Q. 야쿠르트 카트 신이 인상적인데 비하인드를 밝힌다면
배트맨에게는 배트카가 있고, 007에겐 애스턴 마틴이 있듯이, 우리도 뭔가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동네 초능력자들이라는 설정이라 프레시 매니저 카트를 생각해냈죠. 카트가 느리니까, 완서가 뒤에서 밀어주는 겁니다. 일종의 엔진 역할을 하는 거죠. 그리고 기동은 내비게이션처럼 길을 알려주고요. 007 영화를 보면 차에서 각종 무기가 튀어나오듯이 지성이 공격하는 거죠.
정말 고생의 연속이었습니다. 별의별 장치가 다 들어갔어요. VFX, 특수효과, 그립 장비 등 저도 처음 보는 장비들이 있었고, 아예 새로 제작한 장비도 있었어요. 나중에 혹시 메이킹 필름이 공개된다면, 그 과정을 보실 수 있을 텐데요. 안전 장비는 철저하게 준비했고, 무술팀, 특수효과팀, VFX팀까지 모두가 함께 붙어서 만들어낸, 말 그대로 기술 총집약의 장면이었습니다.
Q.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이웃집에 있는 히어로들인데, 한국 관객의 눈높이는 마블 블록버스터에 맞춰져 있다. 드래곤볼 액션을 실사화한 것 같은 장점도 있지만, 한정된 예산 안에서 만든 VFX다보니 관객들의 평가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은데
관객분들이 모든 영화를 모두가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영화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점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이 작품만의 미덕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특히 저희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와 존재감이 그 미덕을 더욱 빛내주리라 믿습니다. 배우들의 아름다운 연기가 많은 부분을 감싸 안아주리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분명한 즐거움을 지니고 있어요. 영화라는 것이 성공과 실패의 스펙트럼 안에 존재하는 예술이긴 하지만, 이번 작품은 처음부터 명확하게 오락영화를 지향하며 출발한 작품입니다. 만화적인 콘셉트, 강한 색채감, 장르적 쾌감을 중심에 두고 만들었습니다. 드래곤볼 액션이라고 봐주신다면 대성공이죠.
제가 어렸을 때 즐겨 찾던 비디오 가게를 떠올리며 기획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가게에는 언제나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주는 강렬한 장르 영화들이 있었죠. 이번 영화는 마치 그 비디오 가게에서 발견한, 유쾌하고 활기찬 오락 만화 같은 영화 한 편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을 그런 마음으로 봐 주신다면, 충분히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으리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Q. 하이파이브 팀에게 장기기증한 인물의 비밀은 거의 밝혀지지 않는다. 다음 편을 위한 떡밥인가
이 이야기를 처음 구상할 때는 다양한 상상들이 있었습니다. 과연 이 영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후속편이 나올 수 있을까? 프리퀄은 가능할까? 그런 여러 가능성에 대한 물음들이 있었죠. 사실 아직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웃음) 앞으로 이 세계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관객 여러분과 함께 지켜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 이야기의 기원은 아주 오래된 옛날, 정확히 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어떤 특별한 힘이 존재했고, 그 힘은 세월을 따라 사람에게로 옮겨 다니며 전이되었습니다. 때로는 여섯 조각으로 나뉘기도 하고, 다시 하나로 합쳐지기도 하죠.
이 힘이 착한 사람에게 전해지면 '신'으로, 악한 자에게 전해지면 '악마'로 기억되었습니다.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에서도 암시되듯, 고대의 신화 속 인물들이죠. 예를 들어 토르나 메두사도 실존했던 인물들이었고, 그들 역시 이 힘을 지닌 존재들이었다는 설정입니다. 즉, 그들은 모두 이 문신을 가진 자들이었고, 그 존재가 신화로 전해진 것이죠.
그러던 중, 이 힘은 어느 시점에 동양으로 건너와 마침내 한국까지 흘러들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시점에서 이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처음에는 약간 누아르적이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출발합니다. 그러나 관객이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것이 결국은 코미디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장르의 전복이기도 하고, 설정의 유희이기도 합니다.
이제 남은 건, 이 세계관이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 것인가입니다. 저희도 기대하고 있고, 관객 여러분과 함께 그 가능성을 열어가고 싶습니다. 과연 이 힘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지금부터, 모두 함께 지켜봐 주시죠. (웃음)
Q. 배우들이 후속작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라미란 배우는 다음 작품이 환갑 전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기작 계획을 밝힌다면
환갑은 아직 멀었는데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네요. (웃음) 이 영화의 재미는 관객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장면 하나하나를 되새기며 웃고, 토론하고, 때로는 해석을 놓고 다투기도 하는 것에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영화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이고, 극장이 계속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희가 바라는 것은 단순한 영화 흥행만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관객들이 영화를 즐기고, 함께 기억을 나누는 경험 자체입니다. 때때로 비판으로 흐르기도 하고, 갑론을박도 있지만, 저는 소통의 모든 순간이 영화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와 극장이 계속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약간 제가 징징거렸나요? (웃음)
차기작은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닙니다. 말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OTT 시리즈를 한다면 제가 배워야 할 것이 많아요. 여러 가지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심우진 기자 (rememberair@naver.com)
[기사 원문] http://www.srtimes.kr/news/articleView.html?idxno=178070